스킵 네비게이션


취향장소

취향장소

상관편백나무숲

상관편백나무숲

주소
[55360] 전북 완주군 상관면 죽림편백길 184 (죽림리, 공기마을회관)
문의전화
063-290-2624
상관 편백나무숲은 1976년 조림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되었고 2009년 숲가꾸기 사업으로 개방된 곳이다. 약 86ha 규모의 산지에 10만여 그루의 편백나무숲을 만날 수 있다.
피톤치드는 다른 나무에 비해 편백나무에서 가장 많이 뿜어낸다고 알려져 있어 피톤치드를 느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상관 편백숲을 찾아오고 있다. 또한 숲 일대에는 팬션과 스파가 있어 숲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당신이 편백나무숲을 찾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쓰다    이한솔 (2021 완주공유문화탐사단)

가다    상관편백나무숲 (완주군 상관면)

image


저는 고등학생 때 완주군으로 이사를 왔으니 대략 10년 차 완주군민입니다. 고등학교를 전주로 다니기도 했고, 이후 직장 생활을 전부 전주에서 하다 보니 완주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없는 것이 사실이에요. 완주군 내에서도 외각에 위치한 상관면은 완주 중심지와는 거리가 멀어 차가 없는 때에는 더더욱 전주를 중심으로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완주군민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지는 특별한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상관면 편백나무숲’입니다. 


완주로 이사를 온 지 한두 해 지나서였을 겁니다. 부모님께서 근교에 있는 편백나무숲을 다녀오시더니 저희 삼남매에게 입이 닳도록 자랑하셨습니다. 함께 한번 가자는 것이었지요. 워낙 걷기, 운동에 흥미가 없던 터라 거절에 거절을 거듭했는데 이것도 예의가 아니다 싶어서, 하루는 큰맘을 먹고 편백나무숲으로 다 함께 떠났죠. 분명 1시간 내외로 가볍게 산책하는 수준이라고 하셨거든요. 그날 저희 삼남매는 숲길을 4시간 정도 걸었습니다. 네, 저희는 속았습니다. 편백나무숲에서 의도적으로 길을 트신 건지 잘 모르겠지만 숲 굽이굽이 들어가 ‘산 넘고 물 건너’ 겨우겨우 차가 있는 주차장에 돌아올 수 있었죠. 어떻게 그 숲길을 걷고 걸었는데, 다시 차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죠. 너무 허기져서 주차장 근처 포장마차에서 붕어빵을 정신없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편백나무숲은 정말이지 엄청 길고 힘들었다는 기억이 강하게 남았지요. 


다시 시간이 5~6년쯤 흘러, 제가 제주도로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뚜벅이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제주라는 여행지를 여행하기 위해 장롱 속에 고이 모셔둔 운전면허증을 사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저보다 면허는 늦게 땄지만 운전 실력은 더 좋은 남동생을 옆자리에 태운 후, 과감히 운전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목적지는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나오는 편백나무숲! 어렸을 때의 기억을 더듬었을 때 넓은 주차장이 있는 편백나무숲이 저의 첫 목적지로 가장 적합했던 거죠. 아래 있는 주차장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편백나무숲 직전의 주차장이 하나 더 나오는데요, 그곳에서 돌아오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무사히 도착해서 기분도 좋고 놀란 가슴 진정도 시킬 겸 해서 동생과 잠시 숲속까지 걸어봤습니다. 1시간 정도 걸었을까요? 그리 힘들지 않게 아름다운 편백나무 숲을 걷다가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왔습니다. 예전의 기억과는 다르게 편안하고 참 기분 좋은 산책길이었습니다.



image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2021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내 차가 생겨서 이동범위도 넓어졌습니다. 더 많은 곳들을 다녀보고 싶더군요. 그래서 ‘공유문화탐사단’사업에 지원하게 됐지요. 어디를 처음으로 가볼까 하고 고민하다가, 저는 상관면 편백나무 숲을 떠올렸습니다. 갈 때마다 새로웠던 기억에, 좀 더 꼼꼼히 탐사해보고 싶더군요. 이번에 동행자는 제 사진을 늘 잘 찍어 주는 짝꿍입니다. 아침도 못 먹고 우리 동네로 온 짝꿍에게 무심하게 바나나 하나를 건네고 함께 편백나무숲으로 향했습니다. 가장 초입에 나타나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차량 통제를 하고 계시는 어르신께 인사를 한 뒤 편백나무숲을 찾아 들어갑니다. 초입에 있는 안내 표지판에 ‘편백숲 가는 길’이라고 적혀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길은 동생과 함께 걸었던 그 길이 아닌 것 같았어요. 이 길은 분명 아버지를 따라 3~4시간을 걸었던 그 길로 저를 안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여긴 아닌 것 같다며 표지판을 지나쳐 조금 더 가봤습니다. 그리고 전원주택이 모여있는 작은 마을을 지나쳐 더 올라갔습니다. 쭉 걷다 보니 기억 속의 두 번째 주차장이 나왔고, 그때부터는 남동생과 함께 걸었던 제가 아는 길이 나오더라고요. 


키가 작은 편백나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편백숲 오솔길 코스가 나옵니다. 오솔길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키가 높이 솟은 편백나무들입니다. 하늘로 쭉쭉 뻗어있는 편백나무 주위로 작은 평상이 옹기종기 설치돼 있어요. 중간쯤 위치한 평상에 앉아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숨을 깊게 쉬었습니다. 짙은 나무 향기가 가슴 깊이 전해오더군요. 얼마 걷지 않았지만 살짝 허기지는 것 같아서 집에서 구워온 작은 고구마들을 꺼냈어요. 흔한 고구마 간식이지만 좋은 공기 속에서 짝꿍과 함께 사이좋게 나눠 먹으니 정다움이 이네요. 부모님 연배의 분들이 산책 삼아 많이 오시는 것 같고, 아주 작은 아기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의 일행들도 꽤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올라온 팀도 있고, 저희 또래의 젊은 연인들도 종종 보이네요. 제대로 된 등산 장비를 갖춰오신 분들도 있고, 편한 치마를 입고 산책 삼아 오신 분들도 있습니다. 연령대와 차림새는 다 달라도, 편백나무의 은은한 향기에 감탄하며 모두 깊게 호흡하고 있네요. 


오솔길 뒤편으로 살짝 돌면 뒷길로 내려올 수 있습니다. 오솔길 아래편에 있는 곰 모양 의자에서 사진을 찍고 일렬로 서 있는 다양한 화분들도 한참 구경했어요. 내려오다 보면 사람 사는 풍경이 다시 펼쳐집니다. 닭들도 보이고, 강아지도 보이고, 늘어지게 잠자는 고양이도 보이네요. 자연 곁에서 살고 싶은 분들이 지었을 전원주택들도 아기자기 예쁘게 보입니다. 여기저기 새소리도 들리고 눈앞에서 작은 새들이 날아다닙니다. 이런 평화로움, 언제 경험했었나 싶더군요. 숲속의 향기도 참 좋았는데. 숲을 빠져나오니 환하게 펼쳐지는 파란 하늘도 시원한 느낌이 전해줍니다. 내려와서 조사해보니, 편백나무숲과 산림욕장을 지나는 4시간간 짜리 코스가 따로 있더군요. 제가 어려서 부모님과 처음 갔던 게 바로 그 코스였나 봅니다. 


우리는 근처 카페로 들어가 찍었던 사진들을 살펴봤습니다. 그러다 내가 짝꿍에게 물었지요.

“여기 또 올 거야?”

“응! 또 올 거야. 근데 딱 오늘 걸은 정도 걷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저희는 둘 다 운동 부족입니다. 하하. 


전북 완주군 상관면 죽림편백길 184 (죽림리, 공기마을회관)

닫기
모두의 공간
모두의 쓸모
완주문화인력
취향장소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