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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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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성지

천호성지

주소
[55306] 전북 완주군 비봉면 천호성지길 124 (내월리, 천호성지)
운영시간
매일 9:00 ~ 17:00
문의전화
063-263-1004
휴무일
매주 월요일 (미사없음)
기타 안내사항
피정, 식사가능(사전예약)
홈페이지 바로가기
천호성지는 우리나라 천주교의 대표적 사적지로 기해박해를 전후로 천호산일대에 들어와 신앙공동체를 이루며 살던 교우촌의 옛터와 네 분의 성인, 순교자들이 묻혀있는 곳이다.
천호공소는 현재도 순교자들의 후손들이 신앙의 정통을 이어오는 전 주민이 신자인 국내 유일의 교우촌으로 박해시대 교우촌의 입지적 특성을 간직한 곳이다.
천호성지는 신자들을 위한 피정의 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천주교 신자들의 신앙의 터로서 자리하고 있다.

천호성지



쓰다    이정지 (2021 완주공유문화탐사단)

가다    천호성지 (완주군 비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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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가을 하늘, 문뜩 떠나고 싶은 날입니다. 어디를 갈까 고심하다가 지도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났어요. “요즈음 나는 걷는다. 가장 걷기 좋은 장소는 완주 천호성지와 내장산 생태길이다.” 주말이면 딸과 캠핑을 떠가거나 호남지역을 여기저기 탐방하고 싶어도 딸은 항상 시간이 없대요. 간신히 딸과 시간을 맞춰서 여행을 기획했어요. 혁신도시에서 천호성지까지는 45분밖에 걸리지 않아요. 전북으로 이사 온 후 화산면 방향으로 여행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도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7년 만에 딸과 가보는 성지라서 새벽부터 마음이 들떴어요. 


천호성지는 1839년 기해박해 때 교우들이 박해를 피해서 천호산 인근으로 들어와 지금까지 신앙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교우촌이래요. 1866년 병인박해 때 전주 숲정이에서 순교하신 여섯 성인과 1868년 무진박해 때 순교하신 무명의 순교자들이 묻힌 곳이래요. 교인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순교자들을 정성껏 옮겨서 이곳에 모셨대요. 척박한 땅을 일구며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도 신앙촌을 만들어 서로서로 신앙을 충실하게 지켜왔다고 하네요.


천호성지로 가는 길에는 소를 키우는 곳이 많았어요. 완주군에서 가장 많은 소를 키우는 곳이래요. 이곳의 소들은 아름다운 산천에서 자라고 있네요. 천호성지의 초입을 지도교수님이 설계했다고 들은지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 올라갔어요. 깊고 깊은 골짜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마을을 세웠다니 대단하네요. 굽이굽이 모여들어 산중 생활을 시작했을 신앙 교우들을 생각하면서 딸의 손을 잡고 걸었어요. 그들은 학교를 어떻게 다녔을까요? 어떻게 생계를 이어갔을까요?


실로암 연못을 지나서 게세마니 동산을 지나 부활성당에 도착했어요. 미사가 끝난 후라 부활성당은 고요해요. 들어가서 무릎을 꿇었어요. 성당 안은 편백나무로 만들어져서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다양한 모양의 유리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 때문인지 고요하면서도 장중한 느낌이네요. 이곳에 들어오면 누구나 정막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길을 만나게 되겠구나 싶습니다. 딸은 무슨 연유인지 성당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이 고요 속에서 들려오는 깊은 음성을 들었으면 좋겠는데 딸은 혼자 너른 잔디 위에서 서성이고 있네요. 밖으로 나와서 딸과 함께 성인 묘역을 올랐어요. 동입서출 방식으로 동쪽으로 올랐어요. 아무래도 가운데 길은 주교님이나 신부님이 지나실 것 같습니다.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 6명이 장난치면서 소리를 지르면서 올라가요. 아이들에게 조금만 조용히 해보자고 말해도 듣지 않네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찾아오는 젊은 학생들이 얼마나 귀한지! 성인들도 반기실 것 같아요. 무덤 앞에서 고개를 깊이 숙이고 인사를 했어요.


그리고는 편백 숲과 돌담으로 구획된 길 쪽으로 걸었어요. 어디를 가나 정갈하게 다듬어진 손길을 보면서 딸이 말해요. 

“이 깊은 산골에 얼마나 많은 손길이 숨어있을까? 누가 이렇게 다듬고 가꿀까?”

아름다움과 숭고함이 느껴지는 이 순간을 만들기 위해 숨어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잔디밭 위를 걸었어요. 성물경당으로 들어서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요. 건축물의 구조가 자연스럽게 신의 영광과 신비 그리고 부활을 느낄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어요. 공간 배치에서부터 이미 숭고함이 느껴집니다. 고개 숙여 내려가면 유리천장으로 들어오는 환한 빛에 마음을 붙잡히고, 고개 돌려 바라보면 다양한 형태의 십자가에 눈을 맞추게 됩니다. 어느덧 103명 신위들의 이름이 적힌 벽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 기도하게 되지요.


조용하게 숲속 길을 걸어 천호성당으로 다가갑니다. 한옥으로 만들어진 성당, 포탄으로 만든 교회 종이 우리를 반겨요. 입구의 성가정 상은 진한 감동을 선사해요. 지난번에는 성당의 문이 꼭 잠겨있었는데 이번에는 일요일이라서 문이 열려있어요. 한옥으로 된 성당의 경륜에 기품이 느껴집니다. 창호의 벽을 가르고 들어서는 빛이, 삐걱거리는 바닥을 치고 무릎을 꿇은 내 마음에 들어와요. 천호성지는 이미 내 곁에 가까이 있는 소중한 아지트가 된 것 같습니다.


마음에서 올라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에게,

신앙의 신비를 알아 가는 사람에게, 

종교가 없어도 깊은 쉼을 얻고 싶은 사람에게,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천호성지를 추천하고 싶어요.

전북 완주군 비봉면 천호성지길 124 (내월리, 천호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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