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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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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련암

홍련암

주소
[55306] 전북 완주군 비봉면 내월길 159 (내월리)
주변 명소/관광지
천호성지
홍련암은 원내월마을 끝에 자리한 특별한 형식을 갖추지 않은 작은 암자다.
이곳의 연못은 산골 마을 속 작은 산사에 크지 않은 연지이지만 전북 3대 연꽃 명소로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연꽃 출사지로 알려져 있다.
안개 낀 홍련암은 만개한 연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휴식을 주는 장소다.

동굴 대신 작은 절, 홍련암



쓰다    이한솔 (2021 완주공유문화탐사단)

가다    홍련암 (완주군 비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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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며 돌아다니다 보면 절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볼 때가 있습니다. 딱히 종교가 없는 터라 친숙함, 거부감 그 무엇도 들지 않는 공간이다 보니 저와는 별 관련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차에 작년에 우연히 들렀던 작은 절이 뜻밖에도 저의 아지트가 되었습니다. 친구도, 가족도 모르는 저만의 아지트죠. 가끔은 답이 나오지 않고 제자리만 빙빙 도는 고민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한 해를 회고하며 내년을 계획하는 요즘, 그런 고민을 많이 합니다. 이런 고민에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저는 김제 있는 그 작은 절로 드라이브를 갑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1시간 정도 운전에 집중하면서 머릿속을 비워내죠. 암자에 앉아 마실 커피나 간단한 간식을 챙기기도 하지만, 최근에 갈 때는 좋아하는 얇은 책을 들고 갔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암자에서 30분 정도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 오면, 고민이 해결되지는 않아도 세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있다 오는 듯해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집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완주군의 여행지 목록을 받아들고는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가 비봉면에 있다는 홍련암에 눈이 가더군요. 김제보다 가까운 곳에 나의 아지트를 하나 더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곳에 가기 전 인터넷을 검색해보았습니다. 많은 정보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전주의 덕진공원 못지않은 연꽃을 찍을 수 있는 장소로 사진가들의 명소라고 하더군요. 운전 초보자에게 중요한 정보인 작은 주차장이 근처에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블로그에 올라온 연꽃 사진이 너무 고왔습니다. 계절상 당연히 연꽃이 필 리가 없지만, 이미 홍련암은 제 머릿속에 연꽃이 피어 있는 작은 암자가 되어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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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동반자 짝꿍과 커피를 한 잔씩 사서 홍련암으로 향해봅니다. 주일 내내 오던 비가 드디어 그치고 때마침 파란 하늘이 드러나네요. 비바람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이 길가에 가득합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따듯한 햇살이 내리쬐는 아주 좋은 날씨였죠. 홍련암 가는 길에는 산이 많이 보였는데, 저마다 울긋불긋 가을빛으로 물들어있네요. 약 1시간을 운전하며,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회고하면서 내년을 어떻게 준비하면 될지 이야기 나누었지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홍련암에 도착하네요. 블로그에서 본 주차장은 아니었지만, 도착지 200m 전 한옥 건물 앞에 10대 정도의 주차가 가능한 곳이 있었습니다.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그곳에 차를 세웠습니다. 마을은 조용했습니다. 연꽃철이 아닐 때는 방문객이 흔하지 않은 듯합니다. 왈왈 짖어대는 건너편의 진돗개 두 마리, 그리고 그 옆 축사에 가득한 소들의 시선을 한 번에 받으며 홍련암을 향해 걸었습니다. 문도 없는 입구를 따라 들어가서는, 절은 어디 있지? 저 위에 있나?’하며 두리번거리다 알았습니다. 제가 지금 홍련암에 이미 도착했다는 사실을요. 정말 작은 절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절 입구의 사천왕상 같은 것들도 볼 수 없었어요. 연꽃의 흔적이 남아있는 작은 연못, 그리고 장독대와 작은 건물의 모습은 마치 시골의 할머니 댁에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순간 저와 함께 간 짝꿍은 살짝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정녕 이것이 다인가 생각하고 있는데 저 뒤로 대나무 숲 사이 계단이 보였습니다. 위로 올라가니 또 작은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댓돌에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있어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처마 끝에 달린 종도 보고, 대나무 숲 아래의 요사채도 다시 내려다보았죠. 건너편의 작은 석탑도 보며 잘 정돈된 잔디밭을 거닐었습니다. 특별한 형식을 갖추지 않은 절이지만, 그 소박함이 오히려 편안함을 전해주더군요. 그 편안한 분위기에 잠겨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내려왔습니다.


홍련암을 떠나며 짝꿍과 이야기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나누었던 묵직한 대화들이 이곳에 왔다 가니 가벼워진 느낌이라고요. 어쩌면 우리는 대단한 것에서가 아니라 작고 소박한 것에서 더 많은 위로를 얻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마음이 무거워지고 눈물이 이유 없이 차오르는 때가 온다면, 그때는 동굴로 들어가지 않고 홍련암을 찾아올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저의 아지트가 새로이 생겼네요. 11월의 홍련암은 연꽃들은 다 지고 없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조용했습니다. 고요함이 연꽃처럼 피어 있었지요. 



전북 완주군 비봉면 내월길 159 (내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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