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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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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시마실길

고종시마실길

주소
[55344] 전북 완주군 동상면 수만길 305 (수만리)
주차장 여부
위봉폭포에 주차장 위치
주변 명소/관광지
웅치전적지, 대아저수지
고종시 마실길은 동상 곶감의 품종인 고종시를 매개로 하여 동상면 일대의 자연환경과 시골길을 활용하여 마실길이다.
마실길은 소양면 위봉산성에서 동상면 거인마을로 이어지는 총 18km 길이로 2개 코스로 나뉜다. 1코스는 위봉산성에서 위봉폭포를 거쳐 송곶재를 넘어 학동마을로 내려오는 길이고 2코스는 학동마을에서 대부산재를 넘어 거인마을에 도착하는 길이다.
마실길 종주가 아니라면 위봉산성과 위봉사는 차로 이동하고 위봉폭포에 주차 후 송곶재를 넘어 학동마을로 내려오는 게 일반적이다.


할아버지 감나무 뵈러 가는 길




쓰다    강변구 (2021 완주공유문화탐사단)

가다    고종시 마실길 (완주군 동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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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고 쓸쓸한 홍시의 기억


내 본적지는 경북 상주다. 상주에서도 가장 북서쪽 끝 화남면이라고 속리산 아래 구병산 자락에 면해 있다. 속리산을 넘으면 바로 충북 보은이다. 국도 영남제일로를 따라 보은 방면으로 가다가 임곡리 들어가는 샛길로 빠져서 고개를 넘으면 산과 산 틈의 비좁은 분지가 나온다. 그곳에서 아버지께서 태어나셨고 젊어서 일찍 대구로 출향하셨다. 어머니는 낙동강이 굽이도는 상주 낙동에서 시집오셨는데, 종종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시댁 마을의 들이 어찌나 좁은지 나무 사이로 하늘만 빼꼼히 보이는 깡촌이었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러면서 큰아버지께서 감나무에 올라가 홍시를 따서 주면 새색시인 당신이 넙죽 받아먹었다는 추억을 빼놓지 않으셨다. 어릴 때 추석 성묘할 때나 갔었고, 서울로 취직해서 사는 동안에는 별로 가 보지 못했다. 명절에 대구에서 일가 식구들이 모이면 몇 해 걸러 한 번씩 아버지 고향에 가곤 했다. 지금 그 마을에는 여느 농촌과 다름없이 어르신들만 살고 있다. 사람이 사는 집보다 빈집이 더 많고 주변 산에는 마을의 집 수효만큼이나 무덤이 있다. 명절에 일가 어르신 댁에 가보면 곶감들이 한 줄로 곱게 달려 있었다. 상주도 곶감이 유명한 곳이다. 마을 길가에 늘어선 감나무에는 감이 가지마다 가득히 달려 있었다. 한 번도 딴 적 없어 보였다. 감은 익을 대로 익어서 곧 허물어질 듯한 홍시가 되었고, 나무 아래 포장도로 위에는 감이 떨어져 터진 자국이 흉하게 남아 있었다. ‘아까운 감을 왜 저렇게 버릴까.’ 하지만 더 이상 마을에는 감을 딸 사람이 없었다. 어머님이 시집와서 배고픈 시절에 긴요한 먹거리였다던 감, 혹은 마을에 부수입을 안겨 주던 그런 감이 아니라, 이제는 아무도 딸 사람이 없이 그저 마을 길을 더럽히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파란 추석 하늘에 잎이 다 떨어진 가지마다 발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풍경이 한없이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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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감은 ‘감動’이다

동상면사무소를 찾아가는 길은 완주의 가장 끄트머리로 향한다. 만경강이 삼례에서 고산으로 거슬러 올라가 산을 넘어 대아저수지와 동상저수지를 굽이돌고 내려오면, 동상면 사봉리의 사봉천으로 이어진다. 이 사봉천에서 가장 멀리 올라가는 물길은 만경강 발원지 밤샘에서 멈춘다. 그래서 동상면은 만경강이 시작되는 곳이다. 동상면사무소 앞에서 사봉천을 건너는 다리 이름은 ‘동상면민교’다. 다리 이름에 주민이 들어가니 반갑다. 다리를 건너면 ‘산촌거인마을’ 표석이 있다. 동상면민운동장을 보고 오른쪽으로 ‘고종시 감나무 시조목 가는 길’ 표지판이 있다. 1.5킬로미터. 고종시 마실길 구간은 위봉산성에서 시작해 거인마을에서 끝난다. 엄밀하게 말하면 고종시 시조목 가는 길은 마실길은 아니고, 약간 가파른 등산길이라고 보면 좋겠다. 올라가는 길에서 왼쪽으로 오솔길이 새고, 그 아래 비탈에 감나무 몇 그루가 있다. 오솔길 비탈 아래 나무가 있어,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하다. 하나 따먹고 싶지만 막상 가까이 가 보니 손이 잘 닿지 않는다. 몇 번 까치발을 서서 가지 하나를 휘어잡고 홍시를 하나 땄다. 차갑다! 손으로 쪼개 보니 마치 살아 있는 생물의 살 틈을 벌린 듯한 생기가 뿜어져 나온다. 한 입 넣어 보니 씨와 섬유질이 씹히지 않고 과육이 그대로 입안에서 확 퍼진다. 그날 내 일생에서 가장 맛있는 감을 먹었다. 신선한 겨울 숲에서 차갑고 달콤한 감이, 직전까지 나무에 달려 살아 있던 감이, 내 몸에 스며들었다. 동상면 시조목 가는 길의 ‘감’은 정말 ‘감동’이다. 자, 이제 올라가자. 대부산 8부 능선에 고종시 할아버지 나무가 계신다.



고종시 할아버지 나무 뵈러 가는 길

상주의 성묘 가는 길은 일 년에 한두 번 사람이 다닐 뿐이라, 늘 칡넝쿨 따위가 우거져 있었다. 함께 간 사촌 형님이 낫으로 쳐서 길을 내지 않으면 길을 찾기도 힘들었다. 고종시 시조목 가는 길은 여느 등산로처럼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다. 작년 7월까지만 해도 시조목 가는 길에 안내 표지판이 없었다고 한다. 외지인은 물론이고 동상면 주민조차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상태였는데 밤티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밤샘동이’와 ‘만경강사랑지킴이’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답사해서 시조목을 알렸고, 동상면에서 주민들과 더불어 시조목 가는 길을 정비했다. 그래서 지금은 누구나 동상면민운동장에서 표지판을 보고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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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모양을 닮은 감

고종시는 고종황제에게 진상했던 감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옛 문헌에는 ‘고령에서 나는 감을 고종시라 한다.’는 기록이 있다. 최근에는 농촌진흥청에서 감이 종 모양이라서 고종시라 불린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감은 정말 일반적인 동그란 형태가 아니고 아래가 약간 뾰족하게 처진 종을 닮았다. 고종시는 깊고 높은 산지에서 자라면 씨가 없지만, 평지로 옮겨 심으면 씨가 생긴다고 한다. 자손을 퍼트리기 어려운 척박한 환경임을 나무가 스스로 아는 것인지 신비할 따름이다. 동상면은 넓은 들이 없는 산촌이어서 일찍부터 감나무를 심어 가꾸었다. 그 결과 ‘동상곶감’이라는 브랜드를 얻고 곶감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감을 깎아 말려야 하는 11월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거나 비가 오는 이상 기후로 곶감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건조 시설을 갖추는 등 기술적으로 극복하고 감식초도 생산해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동상면에서 감은 주민들에게 절대적으로 소중한 존재다. 그래서 지역민들은 고종시 시조목을 그들의 조상 어른처럼 귀히 여긴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길옆으로 계곡물이 흐른다. 그냥 쫄쫄 흐르는 게 아니라 꽤


수량이 많다. 찬물에 손을 담그니 가슴까지 저려온다. 다시 올라서서 오르막을 걷는다. 온통 회갈색인 배경에서 누리장나무꽃이 붉게 피어 있고 심지에는 보라색 씨가 동그랗게 박혀 있다. 명랑한 그 꽃에 한번 눈길을 주고 나니 길이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인다. 길을 돌아 마지막 오르막을 끙!하고 힘주어 올라서면 드디어, 시조목을 만난다. 2012년에 세운 표지에 수령이 350년이고 둘레가 3.5미터라고 적혀 있다. 가지에는 감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나무 둥치 아래에는 평평한 돌을 놓아 제를 지낼 수 있게 해 두었다. 나는 나무 가까이 가서 손으로 쓸어보고 안아보았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마음으로는 절이라도 올리고 싶을 정도로 고향 할아버지처럼 푸근하게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시조목 바로 아래에 조금 낮은 감나무 한 그루가 효심 깊은 아들처럼 옆을 지키고 있다. 그 모습이 사이좋은 아버지와 아들같이 정다웠다. 높은 산에서 350년을 산 나무. 요즘 들어 사람들이 자주 찾는 나무. 그래서 동상면 고종시 할아버지 나무는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산길을 내려오는 내 발걸음도 가볍다. 오랜 경륜의 넉넉함에 안겨있다 온 듯, 마음이 포근하다.



전북 완주군 동상면 수만길 305 (수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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